과거와 사람은 못 바꾼다.
하지만,
미래와 나 자신은 바꿀 수 있다.

3차 중대장시절
매일 같이 술 먹고 업무태만에 지연출근에 군기강 자체를 문란하게 하는 부사관 5명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푸시를 가하지는 않았고 그저 군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아침체조, 결산, 주간회의, 사무실 조정, 체력단련 전 간부 집합, 일과 중에는 전투복 착용(사복 말고) 등을 차근차근해나가며 국민들의 피땀 서린 혈세가 아깝지 않도록 누가 봐도 “아, 여기 독립중대가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체제를 1년 동안 잡아갔다.
하지만, 나의 미운 감정이 그들 5명에게 알게 모르게 전달된 듯했다. 1년 기간 동안 그들은 나에 대하여 적용이 되든 안되든 무조건 식으로 30건 넘게 음해성 투서 자료들을 모아 왔었고 윗선으로 투서를 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얻고자 하는 효과와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난 효과만 생각했지 부작용은 1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부작용들은 생각 외로 나비효과 마냥 별것도 아닌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도 한다.
누가 봐도 그저 음해성 투서임에도……
그저 내가 조사받는다 할지라도……
그저
내가 가만히만 있었어도……
내가 그들을 상관모욕으로 고소하지 않았다면
내가 나에 대한 조사관의 기피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첫 만남에 그들을 적어도 미워하지만 않았어도
아마도
갑작스러이 원에 의한 전역은 없었을 것이다.
찾아오신 인사검증위원님이 해주신 얘기가 떠오른다.
“어느 대학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세숫대야에 탁구공 여러 개를 부으라 했다. 다 찼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라고 했다. 이어서 작은 돌들을 부으라 했다. 다 찼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라고 했다. 이어서 모래를 부으라 했다. 다 찼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라고 했다. 이어서 커피를 부으라 했다. 다 찼느냐는 물음에 모래 사이로 스며들었다 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탁구공은 건강과도 같고
작은 돌은 가족, 친구 소중한 사람과도 같고
모래는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같고
커피는 인생에 있어서의 여유라 한다.
나는 무엇을 우선했는가?
그저 군인정신에 취해서
쓰레기장에서 홀로 과자 주워 먹는 우리 아이보다 부대 일터가 더 중요했는가?
그저 군인정신에 취해서
이혼하고 홀로 양육임에도 정말 소중한 것을 못 보고 미운 대상을 선정하여 손에 잡히지도 않는 군기강을 잡겠다고 아득바득 고집부릴 가치가 있었는가?
나는 까막눈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소중한 게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는 까막눈 상태로 살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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