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때로는 회상

부부싸움에서 감봉으로

우리가 아는 흔한 농담 중에
결혼은 경험이 부족해서 하는 것이고
이혼은 참을성이 없어서 하는 것이고
재혼은 두뇌 지능이 딸려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위 세 가지 중 첫 번째에 속했던 것일까?
부동산 특별공급이 뭔지도 모르고 신혼부부 가산점이
뭔지도 모르는 20대 중후반에 그냥 마음 맞다는 것 하나 가지고 양측 부모 반대 무릅쓰고 2년 연애 후, 후다닥 결혼해 버렸다.
그리고 자녀출산에 이어 함께 셋이서 잘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6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건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나는 부족한 월급 채우겠다고 초과근무에 부동산과 주식투자에 난리를 치고 있었는데 배우자는 매일 안방에 이불 깔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이었고 기껏해야 자기가 말하는 노동? 은 아이 데리고 어린이집 등하원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그래도 애 등하원은 해주잖아…라고 습관처럼 말함)

퇴근해서 집안을 둘러보면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 아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떨어진 과자와 빵 부스러기를 먹으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그래도 돈과 출세욕을 위하여 꾹 참고 출근했다.
출근길 차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과연 어디까지 망가질까?’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아 모르겠다, 가서 일이나 하자’

그렇게 망가져가던 세명으로 구성된 가족은 오래 못 가서
어느 평일 아침에 처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배우자의 자녀 폭행과 억지로 계란을 먹이는 모습에 보다 못한 나는 소리를 질렀고 그에 질세라 배우자가 젓가락으로 내 눈을 찔렀다.
그 순간 나의 마지막 깨알만큼 남아있던 인내심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경찰 조사에서 그 찰나의 2분 동안 정말 지루하게 반복하여 진술하였다.
오른손으로 이렇게 때렸나느니 왼손으로 어떻게 했냐느니 왜 나한테만 때린 거 물어보냐. 나도 맞았다. 등등 정말 그 순간이 몇 개월을 힘들게 하였다.

결국 “혐의 없음”을 받았다.
하지만 본업 직장에서의 징계위원회는 “감봉 1개월”을 결정하였다.
가족일 때문에 시끄럽고 배우자의 역할부재로 인하여 등하원 때문에 늦게 출근하는 등의 요란스러움으로는 요직에 있기에 윗사람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웠던 거 같다.
주변 지인들은 항고하라고 했지만 가족일이기에 스스로 케어하고 자정 할 수 있다고 자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은 100% 오만이었다.
그렇게 항고심 기간(30일)도 끝나고 감봉도 지난 3개월 후,
우연히 카카오톡 신용점수를 서로 확인하던 중 배우자의 심상치 않은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을 뺏어서 상세히 확인해 보니 총 15건의 리볼빙과 장기카드대출, 단기카드대출 그리고 현금서비스의 총액이 몇천만 원이었다.
기가 막혔다.
이성을 잃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모든 것을 망연자실한 배우자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고 하나밖에 없는 자녀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이런 귀책사유는 전쟁이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러한 사태까지 추락하는데 누구의 잘못이 있었을까?
1. 가정도 잘 돌보지도 않는 배우자?
2. 1주일 이상 갑자기 가출하여 송도가서 친구들과 놀고 친구집에서 자는 배우자?
3. 가족 몰래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배우자?
4. 이러한 배우자를 안고 사는 나?

같이 일하던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그래도 사랑하시죠?”

순간 특수폭행을 할 뻔했다.

이혼이 답이었을까?
별거를 하다가 친권, 양육권을 얻어 홀로 양육하는 게 정말 명쾌한 정답일까?
뭔가를 안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고통스럽기만 하고 보람은 1도 없다면 분명 털어내는 게 맞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가?”

주변에서 나더러 “숨만 쉬어도 진급”이라고 했었는데…
가화만사성이라고 집안 내부에서부터 붕괴될 줄은 몰랐다.

부부싸움과 직장 징계위원회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경험과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당시 부동산 상승기 직전이란 것을 직감하고 한채 한채 경매로 낙찰받고 급매한답시고 중개사무실 들락거린 기억이 난다.
내가 저지른 잘못은 “땅 꺼지는 줄도 모른 채 천장만 높이려 했다는 점”이다.
가화만사성…
내 가족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할 걸…
진급, 승진, 재산증식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는 것을 결국 경험을 해야만이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내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우리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체인 “가족”이 무너지는데
그깟 돈 몇 푼 더 버는 것, 승진, 진급하는 것이 처자식 쓰레기장 한가운데서 과자 주서 먹는 모습을 외면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는가?

728x90
반응형